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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무인상점 체험기

by min-more 2025. 7. 8.

도쿄, 미래가 일상으로 스며든 골목

올봄에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꽃이 막 피기 시작한 따스한 계절에 도쿄부터 오사카, 후쿠오카까지 천천히 둘러보며 도시마다 색다른 분위기를 느꼈어요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의외로 관광 명소도 맛집도 아닌 ‘무인상점’이라는 공간이었습니다

 

도쿄 시부야의 뒷골목

번화한 메인 거리에서 한두 블록만 벗어나면 복잡함이 사라지고 고요한 골목이 펼쳐집니다

이곳에 작지만 미래적인 느낌이 가득한 무인 마트가 하나 자리 잡고 있었어요

간판도 크지 않고 외관은 조용했지만 자동문 앞에 서는 순간 제가 단순한 상점이 아닌

미래의 시스템 안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짝 위쪽엔 조그만 카메라가 있었고 그 카메라는 제가 다가가자마자 얼굴을 스캔하듯 스윽 움직였습니다

곧이어 일본 말로 “어서 오세요”라는 전자음이 들리고 자동문이 열렸죠

별다른 인증 과정은 없었지만 입장과 동시에 체온, 위치, 멤버십 포인트가 실시간으로 기록되었다는 알림이 스마트폰에 도착했어요 그 순간 ‘아, 이건 진짜 스마트한 공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장 내부는 깔끔하고 컴팩트했습니다

직원은 한 명도 없었지만 전혀 차갑거나 불친절하다는 느낌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선반마다 설치된 미니 디스플레이들이 마치 사람처럼 말을 계속 걸어오더라구요

“오늘 추천드리는 제품이에요”

“이 제품에는 달걀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요”라며 필요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전달해줬습니다

작은 디지털 패널이 이렇게 따뜻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어요

 

상품을 들어 올리면 화면엔 가격 외에도 칼로리, 원산지, 알레르기 주의사항, 어울리는 반찬까지 등장합니다

선택지를 넓혀주는 정보들이었고 마치 누군가가 옆에서 친절하게 조언해주는 느낌이 들었죠

쇼핑이란 행위 자체가 단순히 물건을 고르는 게 아니라 정보를 통해 경험을 확장해가는 과정처럼 느껴졌습니다

출구로 향하면 센서가 장바구니 속 물건들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지금 바로 결제하시겠어요?”라는 음성이 들립니다

고개를 끄덕이니 스마트폰에서 ‘삑’ 소리가 나며 결제가 완료되었어요

별다른 과정도 줄도 없고 계산대도 없고 사람도 없는데 이렇게 매끄럽게 끝나다니

도쿄의 무인상점은 ‘속도’와 ‘정확함’ 그 자체였어요

 

일본 상점관련 사진

오사카, 사람 냄새 섞어 둔 하이브리드 무인 라멘바

다음으로 방문한 도시는 오사카였습니다

활기차고 정 많은 도시 !

그런 이미지답게 무인 시스템마저도 인간적인 온기가 느껴지더라고요

도톤보리 강 옆 골목에 있는 무인 라멘바는 겉보기엔 그저 작은 라멘집처럼 보였지만 내부는 완전히 다릅니다

입구에서 자리를 선택하고 키오스크를 통해 메뉴를 고릅니다

면 굵기, 국물 농도, 토핑 등을 세세하게 설정할 수 있는 점도 좋았고

설명도 한국어와 영어로 지원되어서 여행자 입장에서도 불편함이 없었어요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으면 라멘 조리 로봇이 주문을 인식하고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면을 삶고, 육수를 붓고, 토핑을 얹는 일련의 과정이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이윽고 음식이 자리에 도착해요

이 무인 라멘바의 매력은 완전 무인은 아니라는 점이에요

라멘이 도착하고 난 후 화면에 직원이 영상으로 등장해서

“면이 덜 익은 것 같나요?”

“국물이 너무 짜다면 교환해드릴게요.” 같은 안내를 해주는데

로봇과 사람이 함께 작동하니 낯설지 않고 오히려 안심이 되더라고요

 

식사를 마친 후에는 그릇을 지정된 통로에 넣으면 자동 세척 시스템이 작동합니다

추가 결제도 앱으로 가능하고 쿠폰이나 멤버십 적립도 동시에 진행돼요

이곳의 시스템은 ‘편리함 70%, 인간미 30%’로 딱 좋은 비율 같았어요

기술은 돋보이되, 사람의 존재감도 배제하지 않는 조화가 인상 깊었죠

 

후쿠오카, 로컬 정취 살린 동네형 무인 반찬가게

마지막으로 방문한 후쿠오카

대도시이면서도 소박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간직한 이 도시에서도 무인상점을 만났습니다

하카타역 뒤편 골목에서 우연히 발견한 작은 무인 반찬가게는 규모는 작지만 지역의 감성이 물씬 묻어난 공간이었어요

가게는 전체적으로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살아 있었고

모든 작동은 느린 음성 안내와 큼직한 터치 버튼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어르신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어요

사용법도 단순했고 안내 멘트도 차분해서 천천히 쇼핑해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찬 포장에는 지역 어부나 농가의 이름과 사진, 재배지 정보가 세세하게 적혀 있어 먹거리에 대한 신뢰를 주었고

다회용 용기를 반납하면 50엔을 돌려주는 제도도 운영 중이었어요

단순한 편의보다 환경과 지역 사회를 고려한 시스템이라는 점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가게 안에는 음악도 조용히 흐르고 있었고

누군가 뒤에서 살짝 챙겨주는 듯한 배려가 느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도 열려 있는 공간이 무척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다음에 일본 여행을 떠난다면 유명 관광지만이 아니라 이런 도시형 무인상점 탐방을 여행 리스트에 넣어보세요
사람은 없지만 묘하게 사람 냄새가 남아 있는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